a) 가치전도의 극치

 

역사적으로 종교는 부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포로된 자를 노예로 만들고,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억눌린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지배 이데올로기 역할을 때가 많았다. '물라데' 바로 그런 종교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종교는 여성의 성욕을 억누르고 가부장적 사회에 예속된 재산으로 붙들어두기 위해 오랫동안 시행해온 '여성할례' 비인간성을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그리고 폭력적인 행위를 "정결" (purification)이라 부른다. 무엇으로부터의 "정결"이란 말인가? 태어날 때부터 여성은 "저주" 받았다. "저주" 키가 여성의 성욕이다. 성욕 때문에 남성이 유혹받고, 가정이 파괴되며,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 그러므로 '할례' 여성을 살리고, 남성도 살리고, 궁극적으로 사회를 살리는 거룩한 의식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그런 행위는 종교의 경전에 있는 문자로부터 정당화된다. 신의 말씀이 보장하는 것으로, 신의 뜻으로 거룩한 의식이 된다.

 

이런 "정결" 의식인 여성 성기 부분 절단을 시행하지 않는 여성이나 가족은 신성모독자들이다. 그들을 "빌라코로"(Bilakoro) 부른다. 말은 경멸과 조롱, 더럽고 추한 집단을 지칭하는 차별언어이다.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사마리아인," "이방인"이란 말과 비슷할 것이다. 비인간적인 행위와 종교적 권위주의에 대항하여 인간 본연의 몸을 지키려는 여성에게 붙여지는 차별언어인 것이다. "정결"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절단의식이 사실은 몸을 더럽히고 죽이는 반생명적인 행위라는 사실을 바로 알고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사람들이 "빌라코로" 낙인찍힌다. 이런 가치전도의 가부장적 사회의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다.

 

 

      b) 가부장적 질서를 내면화한 여성들의 비극

 

영화에서 꼴레가 선포한 ‘물라데’에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집단이 여성 사제들인 살린다나집단이다. 전통적으로 어린 소녀들의 ‘할례’를 행하는 자들이 이들이었고, 이들은 권력집단으로 남자 장로들과 함께 가부장적 사회를 지탱해가는 지배계층이다. ‘살린다나 전통과 종교의 이름으로 자신들과 동일한 여성인 꼴레를 불결한 여인으로 정죄한다. 그리고 꼴레에게 몰리는 여성들의 인심을 차단하기에 안간힘을 쓴다. 원로 여성 사제는 꼴레가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기 때문에 그녀를 파멸시키겠다고 천명한다.

 

대목은 가부장적 질서를 내면화하는 여성들의 문제를 분명하게 그려준다. 영화‘물라데’는 여성들 스스로 가부장제 질서의 피해자이면서 어떻게 공모자가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다. 여성은 생존의 테크닉으로 가부장제 질서에 순응하게 되었다고 있다. 여성 스스로 가부장주의적 가체를 내면화하여 '여성 혐오 사상' 물들게 되거나 남성중심적 제도 가운데 생존 기술의 반복적 학습을 통하여 스스로를 가부장적 기준과 범주들에 맞추게 것이다. 여성 스스로 열등성을 내면화하여 가부장제적인 억압자의 표상을 스스로 속에 각인하고만 뼈저린 상황이 영화에서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여성 해방을 위해서는 '남성은 가해자/여성은 피해자'라는 가부장제적 권력에 대한 흑백논리적 단순 이해를 넘어 여성들간에도 권력관계가 발생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c) 가부장적 질서에 대항하는 꼴레의 고난

 

명의 소녀들을 집에 보호해주고 ‘물라데’를 선포하여 기존의 가부장적 질서에 맞서는 꼴레에 대한 비난 내용을 경철할 필요가 있다. 소녀들의 엄마들이 꼴레를 “선동가”로 매도한다. 부인의 아들이 꼴레를 “미친 년”이라고 욕설을 퍼붓는다.  남편은 “내 머리 꼭대기에 앉은 년”이라고 힐난한다. 마지막으로 마을 원로가 “너는 사탄!”이라고 정죄한다. 순진한 소녀들의 마음을 훔쳐 사회부적응자로 몰고 가는 여자라는 비난이다. 기존의 체제에 도전하여 자신과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는 정신 나간 여자라는 비난이다. 그리고 가부장 질서의 중심인 남편을 무시하는 교만한 여자라는 비난이다. 그리고 종교적으로 구제받을 없는 악한 영에 사로잡힌 여자라는 정죄인 것이다. 영화는 주인공 꼴레를 향한 기존의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을 거부하고 인간해방으로 나서는 여성들에게 붙여지는 주홍글씨가 무엇인지를 그려내고 있다.

 

 

         d) 끝없는 속죄양의 창출

 

우물에 몸을 던져 자살한 아이들의 주검을 놓고 마을 남자 원로들이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인다. 일차적 책임이 라디오란다. 전통문화를 파괴하고 신서양문화를 전달하는 라디오 때문에 여성들이 이상 고분고분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라디오를 압수하여 불에 태운다. 다음으로 모든 분란이 꼴레 때문이라고 절규한다. 그리고 기존 질서를 지탱하는 원로들이나 여사제들이 이상 질문할 필요 없이 이런 비난에 완전히 동의한다. 원로는 노골적으로 아이들의 자살이 자신들의 탓으로 돌아올 것이 두려워 ‘속죄양’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물론 꼴레를 지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악한 행동에 어떤 원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채찍으로 꼴레를 때리던 남편의 채찍을 빼앗은 도시에서 장사꾼을 살해함으로 자신들의 경건한 체제를 뒤흔드는 외래문화에 대한 격한 적대감을 표출한다.


(천진석 CWN 총무)

Posted by cwnus

댓글을 달아 주세요